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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4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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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그녀가 많고 많은 직업중에 작가가 되어준 것이 정말 고맙다. 그녀가 작가가 되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녀가 들려주는 '밤의 피크닉'의 도오루와 다카코 남매의 따뜻한 이야기를 읽지도 못했을 것이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글을 써줘서.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줘서, 책을 출판하는 전업작가로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특별히 고마운 것은 온다 리쿠의 책을 번역해서 국내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 출판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익명의 작가가 사본 200부만 찍어내 소수에게 배포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수수께끼의 책이 있다. 한 사람에게 단 하룻밤만 빌려줄 수 있다는 룰이 정해져 있는 책. 하지만 그 200부중 절반 이상은 작가에 의해 회수되었다고 한다. 소문으로만 전해져 오는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둘러싼 네가지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있다. 바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안에.

미스터리 팬은 본래 욕심많고 탐욕스러운 인종이다. 미스터리로 읽을 수만 있다면, 다른 장르에서 진출해 오든 새로 개척하든 뭐든지 환영이다. 순수문학이든 논픽션이든, 매력적인 수수께끼가 많고 문장도 능숙하고 분위기가 있으면 오케이. 소도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움은 커진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142p

온다 리쿠는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그녀 자신도 엄청난 다독가라도 한다. 실제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안에는 여러종류의 책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고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소설이지만 이 안에는 독자로서의 온다 리쿠의 독서론이 담겨있다고 보여진다. 그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잘 쓴 이야기란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가 독자에게 매력으로 느껴지는지 말한다. 미스터리팬임을 자처하는 나에게 저 위에 옮겨놓은 본문내용은 그래서 특별하다. 공감가는 이야기다. 오히려 저렇게 명쾌하게 정리해줘서 고마울 뿐.

서론이 너무 길다. 이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수수께끼의 책이 있다. 1장인 <기다리는 사람들>과 2장인 <이즈모 야상곡>은 이 수수께끼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기다리는 사람들>에서는 노인 4명과 게임에 게스트로 새롭게 참여한 사메시마 고이치가 별장안 어딘가에 있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찾는 이야기이고 <이즈모 야상곡>은 출판편집자인 다카코와 아카네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썼다는 수수께끼의 작가를 찾아 이즈모로 가는 동안의 이야기이다. 3장인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는 전혀 상관없은 이야기같지만 언젠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누군가에 의해 쓰여질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4장인 <회전목마>에 모든 수수께끼의 답이 담겨있다. 작가가 바로 그 순간 막!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와 꼬리가 중요하다. 1장인 <기다리는 사람들>에서 4명의 노인은 이제 막 게임에 참여한 고이치에게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이야기해 준다. 아직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지 않은 독자는 이 부분을 주목해서 집중해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아주 중요한 복선이 담겨있다. 노인들이 설명해주는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담겨 있는 네 편의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들과 닮아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눈치채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얼마나 잘 쓰여졌는지, 작가가 의도한대로 제대로 쓰여졌음을 알게 될 것 같다. 난 첫번째 읽었을 때 그 부분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대수롭지않게 넘겨서 4부인 <회전목마>에서는 혼란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두번째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 부분이 보였고 그제서야 앞으로 이어질 나머지 이야기들이 왜 그런 이야기로 쓰여진 건지, 특히 혼란스럽고 산만한 느낌을 주었던 <회전목마>의 정체를 거기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의 매력이 또 하나 있다. 물론 네개의 이야기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수수께끼 책으로 연결돼 있는 연관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연결해서 생각해도 재밌지만 네 가지의 이야기를 전혀 상관없는 단편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도 이야기 그 자체로 재밌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네가지의 이야기들이 성격과 분위기도 전혀 다른 스타일이고 마지막의 <회전목마>는 조금 모호하지만 앞의 세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분명한 깔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밤의 피크닉'에서 작가인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작가로서 더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게 사실이다. 막연히 그녀의 책이 많이 소개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끝나버린 것도 사실이고 미스터리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접한 그녀의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능력은 천재적이다. 솔직히 충격이다. 그녀는 정말 이야기를 독자에게 제대로 들려주는,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아직 읽지 못한 온다 리쿠의 작품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지금 읽게 돼서 행복하다는 만족감과 이제 읽었으니 점점 읽을 책이 줄어든다는 아쉬움으로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a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