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9.07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On the Road) * 박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외국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풍물기행 세계를 가다' '요리보고 세계보고' '도전! 지구탐험대' 요즘은 'W'와 '특파원보고'를 즐겨 본다. 케이블에서는 하루의 반 이상을 외국프로그램들을 틀어준다. 더이상 외국의 그것들은 낯선 게 아니다. 50만원 정도만 갖으면 일본도 충분하지 않지만 잠깐동안 다녀올 수도 있다. 아직 외국을 나간 적은 없지만 나는 여행을 동경하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음식은 무슨 맛일지. 거리의 냄새는 어떤지. 눈으로 보면서는 알 수 없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첵에 따르면, 태국에 있는 '카오산'은 다양한 인종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한다. <On the Road>는 카오산에서 만난 몇몇 여행자들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가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적, 직업, 나이, 여행의 이유도 각인각색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여행예찬론자였다. 제과점을 정리하고 함께 여행에 나선 중년의 부부, 가족들과 여러나라를 여행하다 혼자 태국으로 온 여학생, 인도가 최종 목적지인 스님,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여행에 나선 사람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은 가장 걱정거리라고 생각했던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중요한 건 현재 본인의 마음이라고 한다. 앞으로 돌아가서의 일이 걱정되지 않냐고 넌지시 물어보지만 그들은 여유로 대답한다. 그건 앞으로의 일이라고, 지금은 여행을 즐기는 게 먼저라고.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행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라고 말했었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팁보다는 여행중인 사람들의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 그들의 여행은 끝난 게 아니다. 중간에 만나서 그들과 얘기를 나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여행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들이 밝힌 여행의 목적지에는 무사히들 도착하셨는지 궁금하다.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도 책을 읽다보면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 그들의 재밌는 경험담과 여행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미 떠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행을 갈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유혹이 되어 마음을 들뜨게 만들 것만 같다.

전에 누군가에게 '나는 어디어디를 꼭 가볼 거예요'라고 꿈 많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누군가는 나에게 "네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니?"라고 물었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나는 아직 가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지난 1월 혼자 '땅끝마을'에 가면서 우리나라도 되게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남도의 섬들을 버스처럼 들르는 여객선을 타봤고 보길도의 인적 드문 도로를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걸어다녔다. 새벽에 '땅끝전망대'에 오르면서는 칠흑같은 어둠과 계단 바로 아래 낭떠러지가 두렵기도 했었고 올라가는 동안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힘들어서 정상에서는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했었다. 단 이틀 다녀온 그 곳에 대해서도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나중에 더 많은 곳을 보게 되면 얼마나 더 얘기할 게 많을까. 누군가와의, 혹은 나 혼자만의 추억들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살면서 도피성 여행은 절대 떠나고 싶지 않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내가 나에게 주는 값진 선물로 받고 싶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