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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5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 가이도 다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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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의 정식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수술법을 처음 고안한 R. 바티스타 박사의 이름을 따서 '바티스타 수술'이라고 불린다. 성공률이 매우 낮고 리스크도 큰 대담한 수술. 도조대학 의과대학 병원의 바티스타 수술팀을 이끄는 기류 박사는 다카시나 병원장에게 연이은 세번의 수술 실패는 의술 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하고 본인이 이끄는 팀의 수술에 전면적인 조사를 부탁한다. 의사로서 최고의 실력과 존경을 받는 기류 박사의 요청으로 다카시나 병원장은 부정수소외래에서 치료가 끝난 환자들의 마무리 상담을 맡고 있는 다구치에게 조사를 명령한다. 수술이 싫어 외과 대신 내과를 선택한 의사에게 수술 검토를 의뢰,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히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어느정도 정치적인 머리는 굴릴 줄 아는 다구치는 영문도 잘 모른 채 일단 조사에 착수하기로 하는데.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혔던 의학미스터리소설이다. 현직 의사인 작가가 쓴 글이라 현장감도 느껴지고 리얼하다고 느꼈다. 철저하게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일만을 다뤘기 때문에 공간적인 배경의 변화도 병원 안으로 한정적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구성원 캐릭터들도 입체적이고 겹치는 군상이 없다.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고 작가가 여유있게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마무리가 황당하지 않고 어이없지 않았다. 산만함 보다는 집중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후반부 쪽에 사건의 진짜 해결을 맡을 '탐정'의 등장은 타이밍도 적절했고 막 이야기의 끝은 보이는데 특별한 해법이 보이지 않을 때쯤 캐릭터화된 공무원탐정이 등장한 것이다. 후생노동성의 무슨무슨 기술관이라는 별칭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시라토리'라는 괴짜 캐릭터. 어찌보면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탐정캐릭터였다. 예의와는 거리가 멀고 다른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 인물 머리 위에서 노는 인물, 이때까지 탐정 역할을 했던 다구치와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캐릭터. 이때부터 책은 분위기의 전환을 이룬다. 그동안 사건의 제일 앞에 있던 다구치가 사건의 관찰자로 변신, 다구치의 속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하는 시라토리의 모습에 잔뜩 기대하게 만들고 앞으로의 일을 궁금하게 이끈다. 그리고 시라토리는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일처리로 결말에 가서 독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수술실이라는 밀실분위기의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 그리고 세번의 수술실패는 살인이라는 시라토리의 결론, 범인은 어떤 트릭으로 연이어 세 번의 살인을 성공적으로 저지른 것인지 그 방법이 공개된다. 살인사건 외에도 작가가 인물들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러 있다. 특히 기류 박사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의 모순적인 소아장기이식 이야기, 그 누구보다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애환, 그리고 작가의 경험인 듯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옮긴이는 후기에 이 작가는 엔터테이먼트적이라고 평했다. 그렇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 갖고 있는 엔터테이먼트적인 즐거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적당한 속도감에 산만하지 않은 캐릭터들, 상식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악인의 등장, 친숙한 캐릭터, 그리고 작가의 홈그라운드 분야에서 펼쳐지는 그럴법한 이야기. 거기에 병원 안에서의 정치 이야기까지. 그렇게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맛볼 수 있는 소재들이 많다. 마지막에 감상적으로 이야기를 해피해피로 마무리 짓는 한 건 한 인물들의 여유. 이 책 재밌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