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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02 밀양 (Secret Sunshin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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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화면에서 푸른하늘을 잠시 동안 비춰주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하늘에 계신다는 그분을 비췄던 게 아니었을지. 전도연 송강호와 함께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시죠. 비록 한 번도 그 모습을 보여주진 않으시지만 그분의 말을 대변해주던 여러 신도님들이 나오시니까요. 사람은 아주 큰 시련을 겪게 되면 절대적인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어지나 봐요. 신애(전도연)가 그분께 잠시동안이지만 의지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인간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영화예요. 그래서 절대 미화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을 얘기해요. 살인자를 용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왜 그분과 그분의 자녀들은 죄인을 용서하라고 주장하는 건지. 그래야만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나 뭐라나. 조심스럽게 얘기하는데 말이죠. 좀 속된 말로 이 영화를 보다보니 그분의 오지랖이 느껴졌어요. 아! 저도 한때 포장된 믿음을 갖고 일요일마다 그분의 집에 놀러갔죠. 놀러가서 그분을 위해 노래도 부르고 그분의 사랑하는 아들,딸 나의 이웃인 형제 자매님들을 위해 기도도 했죠. 그런데 진심이 안 생겨서 왠지 그날마다 쇼하는 것 같아서 끊었죠.

누가 누구를 용서합니까. 당사자가 아닌데 과연 그분한테 신애 대신 죄인을 용서할 그 권한은 누가 준 걸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교도소를 방문하고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는 신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늘을 바라보며 그분한테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 모습, 용기있는 모습이죠.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 한계를 보여주죠. 언뜻보면 그분한테 반항함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인간이죠.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전도연의 신애연기도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송강호의 종찬연기는 구수해서 좋았어요. 포근하다고 할까요? 편해요. 송강호 나오는 장면은. 영화의 양념같은 역할이죠. 영화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송강호의 존재로 인해 그런 걸 피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얼굴이 낯선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분들 연기도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그냥 소시민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꾸밈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죠.

사람이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죠. 하지만 누군가의 구원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건 글쎄요.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결국은 시간인 것 같아요.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종교에 믿음을 가져보는 건 그런 여러가지 에피소드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시련이 닥쳤다면 힘껏 아파하고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평범하게 보여지지만 그게 순서인 것 같아요. 시련이 과거의 아픔이었던 쓰린 추억으로 남을 때까지 일단 살아보는 거. 다시 말하면 시간을 보내는 거죠. 모든 일에 엔딩을 서둘러 찍으려는 건 기억의 생생함하고는 손발이 안 맞는 이기적인 섣부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순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엔딩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희미해지는 거죠. 구원, 용서, 이런 건 억지로 막을 내리려는 거라고 느껴져요.

덧, 영화 '똥개'보면서 사투리로 쓰는 대사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와서 정말 안 들렸거든요. 그 웅걸거림. 그런데 밀양은 사투리가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시원하달까?  아무래도 그 차이는 진짜 사투리랑 흉내내는 사투리의 차이가 아니었을지. 똥개는 억지로 사투리를 흉내냈기 때문에 그 억양이 되게 지나쳐서 귀에 안 들어왔던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사투리 얘기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는데 '밀양' 보기 전에 저 기억 때문에 대사가 안 들리면 어떡하지? 이런 별걱정을 다 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본 영화는 걱정과는 다르게 되게 잘 들리더라고요.^^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