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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6 모리스 * E.M. 포스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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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사랑할 수 있는지,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건 나에게는 다행스럽고 기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혼란스럽기만하고 인생의 숙제만 안겨주게 되는 골치 아픈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모리스의 경우가 그랬다. 모리스는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혼란과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다른 남자와는 다른 자신을 보며, 동성애를 범죄로 바라보는 시대에 살면서 그가 겪었을 가슴앓이와 통증을 내가 짐작할 수나 있을까.

케임브리지에서 클라이브 더럼을 알게 된 모리스는 자신만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청년 모리스는 1년 선배인 더럼과 정신적인 사랑과 스킨쉽 정도의 사랑을 나누며 연인 클라이브와의 앞으로를 꿈꾼다. 하지만 그 사랑도 클라이브의 변심으로 끝을 맞게 되고 애틋했던 둘의 관계는 애매한 친구로 남게 된다. 다른 친구와는 깊이가 다른 우정을 나눴던 둘의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는 오히려 몰랐던 사이만도 못한 관계로 변하게 된다.

스트레이트를 선언한 클라이브를 보며 모리스는 그 자신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싶어한다. 애초부터 자신의 동성애적 기질을 병으로 인식했던 탓에 그도 언젠가는 클라이브처럼 병이 나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병이 나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알지 않은가. 동성애는 병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신의 진심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모리스를 지켜보면서 인간이 자신에게 가하는 부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헛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도 게이였던 포스터는 모리스라는 인물에게 자신이 느꼈던 실제 심정을 담지는 않았을까. 그 자신이 모리스의 시대에 살았으며 모리스가 느꼈을 혼란스런 성장통을 겪으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함께 있는 연인을 질투하며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까. 바로 그런 사랑의 경험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을 것이다. 물론 포스터는 이 책을 쓰고도 더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그들과 우정 이상의 감정을 나눴겠지만.

내가 포스터의 글을 읽는 이유 중 반은 그의 문체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도도하고 지적이고 섬세한 그의 문장은 기회가 되면 꼭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특히 더 도도했다. 남자인 모리스가 느끼는 질투나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도도하게 그려낼 수 있는 포스터가 정말 존경스럽다. 판에 박힌 감정묘사가 아닌 포스터의 손 끝에서 쓰여진 날카롭고 섬세한 모리스의 감정은 뭔가 달랐기 때문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