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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1.24 아이 인사이드 (The I inside) -스포일러- (4)

영화는 처음 봤을 땐 정말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라기 보다는 그 복잡한 영화를 나름대로 정리하는 의미로 포스팅을 하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포함해야겠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봤다. 처음봤을 땐 너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두번 째로 영화를 봤다. 물론 몇 가지 추측을 갖고 그것이 맞아 떨어지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의미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쓰게 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추측은 확실한 것이 아닐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므로..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를 보시려는 분은 읽으시면 안돼요!>

영화는 사고로 의식이 불명한 사이먼의 무의식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의 진짜 기억과 그가 바꾸려는 기억들의 대결이다.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는 약 2분여 동안 그는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기억을 바꾸려했던 것이다.

사이먼은 형의 약혼녀 클레어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그의 형이 그 사실을 알게되고 말싸움 끝에 형을 계단으로 떨어뜨려 사고를 당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원으로 가는 도중 다시 그에게 돌아오던 클레어의 차와 빗속에서 정면충돌한 것이다. 그 사고로 그와 형, 클레어 이 셋은 병원으로 실려오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사이먼의 기억바꾸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는 사이먼의 기억을 바꾸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시간이었다. 2000년 7월29일 20:00 ←이때 사이먼은 자신의 기억을 바꾸기 시작한다.

기억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2002년 7월29일 병원에서 깨어난 사이먼은 자신이 어떻게 병원에 오게됐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 증상을 보인다. 사이먼은 자신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서서히 자신의 기억을 맞춰간다. 물론 가짜기억이다. 그는 형이 2000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병원에 찾아 온 클레어와 둘이 서로사랑했던 사실을 기억해 낸다. (아무리 기억을 바꾸려해도 잊을 수 없는 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무의식은 혼란을 겪게된다. 바꾸려는 기억과 진짜 기억들 사이에서 그의 머릿속은 혼란을 겪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2000년과 2002년을 왔다갔다하는 사이먼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억을 바꾸려하지만 사이먼의 무의식은 그걸 쉽게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먼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그의 기억속에 묻혀있던 진짜 기억을 조금씩 보여준다.

기억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사이먼은 실제로는 그의 진짜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은 바꿀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바꾸려는 기억들은 어떻게든 그의 진짜 기억,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그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형을 죽인 걸 인정하려하지 않지만 그의 가짜기억에서 그의 아내는 형은 사이먼이 죽인것이라고 끊임없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방법은 꽤 거칠었지만..) 결국 사이먼은 형과 있었던 사건의 기억마저 자신이 바꾸려한다. (물론 그의 기억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현실에는 아무 영향이 없겠지만..) 하지만 그가 바꾸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은 계단으로 다시 떨어지고 클레어와도 빗속에서 충돌한다. 그가 바꾸려했던 기억에서도 말이다. 결국 영화의 메세지는 '기억은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결론지어지겠끔 만들어진 것이다.

사이먼은 의식을 잃은 2분여 동안 기억바꾸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그가 한 행동은 그의 기억에서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 보여주듯 사이먼은 2000년 7월 29일 20:02에 사망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한 복선들>
영화에는 많은 복선이 등장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듯한 영화였지만 실제로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많은 복선을 심어 놓았다. 2002년에 등장한 의사 뉴먼은 실제로는 사이먼의 아버지이다. 그래서 그는 소아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먼을 담당한 것이며 사탕을 들고 다닌다. 그건 그가 사이먼의 아버지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며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그가 아버지임을 알려주는 사진이 등장한다. 이로써 그동안 진행된 영화의 내용은 사이먼이 꾸며낸 가짜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형과 함께 사고를 당했을 때 그를 구조하러 온 구급대원들이 그의 가짜기억에서 간호사와 아내로 등장한다. 어렴풋하게 본 영상이나 들은 이야기를 합쳐서 환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2000년에 등장한 담당의사는 자신의 기억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먼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의식을 잃었을 동안에 이야길 만들어서 기억 속 깊이 인지시키는 거죠. 깨어나서 되돌아보면 실제 기억 속에 진짜로 나타나게끔요. 들은 이야기를 모두 합쳐서 환상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처음 봤을 땐 정말 황당하고 어려운 영화였지만 계속 볼수록 치밀하게 잘 짜여진 스릴러였음을 알게 되고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그냥 지나쳤던 대사들에도 많은 힌트가 담겨져 있음을 알고 정말 많이 놀랐다. 영화는 한 번만 보면 안되고 적어도 세 번은 봐야 그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라이언 필립은 이제 얼굴만 잘 생긴 꽃미남 배우는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연기력이 많이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운이 없는 걸까.. 아내인 리즈 위더스푼에 비해선 흥행이나 인지도 면에서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초대박을 터뜨릴 그의 영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