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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07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이번에는 일부러 책의 겉표지 대신 책속에 나오는 이 사진을 이미지로 사용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저는 장황하게 늘어놓은 글보다 저 사진 하나면 이 책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진을 보면 공허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그리고 저 둘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지 않나요? 솔직히 말하면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 책이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분위기와 닮아있어요.

'동경만경'은 연애소설이에요. 사랑얘기죠. 하지만 고맙게도 이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아요. 오히려 사랑은 언젠가 식어버리고 돌아서게 된다고 말하고 있죠. 사진에 보이는 저 남녀가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그런 갈등을 보여주는 게 저 두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남자주인공 료스케는 고등학교 졸업후에 너무너무 사랑했던 담임선생님과 동거를 시작해요. 그런데 그 사랑은 일 년을 못 넘기죠. 가슴에 화상자국을 남길만큼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랑도 결국 헤어지게 된다는 걸 알고는 사랑에도 끝이 있다는 걸 아주 당연하게 인정해 버리는 사람이 돼버렸고요. 여주인공 료코도 사실 비슷한 사람이에요. 그녀도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 둘이 미팅사이트를 통해 만납니다. 처음엔 가볍게 만나서 잠깐 즐기기 위해서. 사실 그 둘의 첫만남은 즐기지는  못했지만 여운을 남기고 끝나버리죠. 하지만 료스케는 료코를 잊지 못해요. 몇달의 시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서 보낸 메일에 료코는 답장을 보내죠. 한 번 만나자고. 하지만 전보다는 좀 더 긴 만남을 갖게됩니다. 그렇지만 료코는 료스케와의 만남은 어쩐지 사랑은 아닌 거 같다라고 생각해요. 말로 설명은 못하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무언가 확신이 서지 않는 느낌.

참, 특별할 게 없는 주인공들이었어요. 그만큼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었죠. 분명히 소설 속 주인공들인데 말이죠.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 건데 기존에 읽어본 다른 작가들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무라카미 류처럼 골때리는 사고방식(일상적으로 나오는 SM)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려서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도 않고요, 에쿠니 가오리처럼 아기자기한 소품같은 느낌도 안 들고요, 뭐랄까.. 편하다고 해야 하나? 과장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았거든요.

책에는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나오는 게 있는데 료스케가 근무하고 있는 시나가와 부두와 회사원인 료코가 근무하는 빌딩 사이에 있는 '동경만'이에요. 아주 가깝게 마주보고 있지만 쉽게 갈 수는 없는 곳이에요. 돌아가야하는 곳이거든요.  근데 이게 료스케와 료코의 심리적인 거리와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요. 하지만 이 거리는 변하죠. 책을 읽어보시면 얘가 뭔소리를 하는 건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술맞게 여운을 남기고 싶은데요? (흐흐) 부담없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에요. 하지만 사랑을 하려면 마음을 열고 다가가라는 뻔한 말은 해주네요^^;;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