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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4 대답은 필요 없어 * 미야베 미유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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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단편집을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 아마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멋모르고 읽기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다. 지금도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단편은 조금 허무한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단편집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도 선뜻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대답은 필요 없어>는 나의 이런 편견들을 조금 느슨하게 해주었다.

6편의 단편이 실린 <대답은 필요 없어>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짧지만 간결한 메시지를 한껏 살려 짧은 이야기임에도 개성있는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미미여사가 갖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가 캐릭터를 정말 맛깔나게 살린다는 것인데 이번 단편집에서도 짧은 에피소드 안에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향을 단단하게 압축해 놓았다.

지금까지 미미여사의 책은 '화차'와 '이유'를 읽었었는데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대답은 필요 없어>에는 뜻밖에도 미미여사의 '유머'가 담겨 있었다. 여사님도 마음만 먹으면 웃길 수 있구나! 무엇보다 책의 기저에 깔려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스한 믿음이 무척 포근하게 다가왔다. 이야기 곳곳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담아내서 결국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여전하지만 따수운 결말과 희망이 가득 찬 출발선으로 주인공들을 이끈다.

힘든 현실속의 불안한 하루하루들, 소통하지 못하고 홀로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고독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미한 얼굴로 얌전히 살아가는 우리의 단정한 이웃들의 솔직한 실체를 보여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에 일부러 귀를 열어주려는 또다른 이웃이 있다는 점이다. 기대 이상으로 따뜻해서 조금 놀랐던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 단편인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는 로맨스를 좀더 농도짙게 섞어서 장편 연애소설로 이어나가도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우연히 시작한 어떤 메시지가 의미있는 만남으로 이어지는 어떤 계기가 된다면? (ㅎㅎ)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