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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2 당신들의 조국 * 로버트 해리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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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총통 히틀러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베를린의 한 호숫가 주변에서 노인의 시체 하나가 발견된다. 치안 및 사건 수사를 맡은 크리포(경찰) 마르크는 동료 예거 대신에 수사를 맡게 되고 신원미상의 남자의 신원을 좇던 중 그가 폴란드 총독을 지냈던 뷜러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윗선에서는 마르크에게 사건 수사를 게슈타포에게 넘기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마르크는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2차 세계대전의 짧막한 지식으로는 전세가 연합군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히틀러는 자살한다. 그리고 독일이 패전하고 연합군이 승리한 것으로 길고 긴 전쟁은 끝이 난다. 그동안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정권 수뇌부의 최후를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 후회하고 겁에 질려있던 사람이 있던 반면 어떤 사람은 여전히 나치였음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선고를 받는 장면들이 인상에 남는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당신들의 조국은 인물들이 아닌 독일이라는 나라에 초점을 맞췄다. 연합군이 지고 독일이 승리했다면 그 후는 어떤 모습이겠는가라는 가정의 상황이 이 소설의 큰 배경이다. 전후 독일은 전유럽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른 이민족간에 성행위는 중벌에 처해지며 독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나치조직에 하나쯤은 가입돼 있어야 하고 자유보다는 통제를 받게 된다.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는 동부 어디로 보내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별로 없는 현실에서 우연히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마르크는 현재의 통제받는 삶과 독일의 추악한 과거, 그리고 주위의 배신으로 큰 갈등에 빠지게 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독일의 모습은 현재의 북한이나 통일 전 동독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상상하기가 쉽다. 요주 인물에 대한 도청과 미행을 통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서구사회에서 들어올 수 있는 자유의 바람은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다. 외국으로 출국하는 것도 까다롭고 죄를 지으면 수용소로 보내져 끔찍한 생활을 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전후 독일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1960년대 소련의 모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들도 실존인물들로 채워져 있으며 소설에서 그려지는 모습들 상당수가 실제 나치 수뇌부가 꿈꿨던 독일의 모습이라고 한다. 현실과 역사를 거슬러 생각하는 작가의 발상도 독특했지만 이런 한편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소설에서 중요했던 건 죽지 않고 살아있던 히틀러가 아니다. 그는 단지 시대를 암시하는 배경에 불과하고 이런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이 소설의 중심이었다. 나라에 녹을 받는 크리포(경찰) 마르크를 통해 그가 살아온 배경과 현재의 삶, 그리고 그가 처한 위기를 중심으로 인간으로서 이런 현실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회의와 고뇌 그리고 갈등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통해 결국 2차세계대전 중 독일이 주장했던 사상과 시도들의 맹점과 시스템의 한계를 꼬집는 게 아니었을까.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제2 제3의 마르크가 나타나서 진실을 좇으려는 노력과 희생은 계속 될 것임을 암시했던 것 같다. 독일의 패망은 잠시 늦춰진 것뿐 오래갈 수 없는 망상이었음을 다시 한번 말하는 게 아니었을지.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마르크가 알게 되는 나치가 저질렀던 추악한 행동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사실들이다. 때문에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배경과 진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