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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6 달의 제단 * 심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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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 조씨 종가집의 세대간의 갈등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풀어야 할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문제다. 복잡하기만 한 제사문화, 그리고 종가집이 안고 있는 가문에 대한 책임감과 위신, 고귀한 핏줄에 대한 강박관념과 비슷한 집착, 이 모든 것들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가치관의 차이에서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는 고질적인 과제다.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한 존경없이 가문의 위신과 권위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창선 어르신의 방식을 존중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고 우유부단하고 이렇다할 무게 중심없이 상황과 주변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가장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손자 조상룡의 방식 또한 칭찬할 일은 아니다. 그게 사랑이었건 욕정이었건 간에 가장 비겁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저 어설픈 중립에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의 인물이다. 물론 그가 처한 상황이 특별한 상황이긴 하다. 출생에 얽힌 사연은 동정할 수 있는 이야기고 할아버지의 무거운 권위와 주변환경에 눌려 기 한번 못 펴고 살고 있는 건 딱하긴 하다. 뭔가 단호한 결정을 요구하기에는 어린 나이이기도 하지만 가장 답답했고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결국 그들이 뿌려온 갈등의 씨앗은 추악한 과거와 만나 서안 조씨 종가집의 비극을 낳는다. 그리고 이들이 던져준 이 어려운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할 무거운 과제들이다.

작가 심윤경은 정말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주인공인 남성화자 조상룡이 느끼는 정실에 대한 욕정에 대한 묘사를 여성작가가 이렇게 솔직하고 대담한 글들로 표현해 내다니.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사가의 언간이 나오는 부분과 정실과 상룡의 정사에 가득 표현된 끈끈한 단어들이다. 장면이 인상적인 게 아니라 그 장면들을 표현해 내는 징한 단어들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에 대한 솔직한 감정 표현들이 인상적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같은 작가가 맞냐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전혀 다른 문체에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은 따뜻함과 향수보다는 토속적이면서 향토성 짙은 시골 내음이 난다. 구수한 아랫녘 사투리가 특별한 어감으로 다가온다. 진정 서울토박이가 맞는 것인가. 이렇게 향토적인 문체에 예사롭지 않은 우리말들을 잘 버무려서 글을 이어나간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그녀가 초반에 제기했던 쿨한 문학 쿨한 관계로 점철되는 정체성 불명의 작품들에 대한 비판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라 정말 작정하고 펜을 잡은 것 같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생소하지만 향토적인 단어들, 어렵지만 한번쯤 들어 본 우리말들을 현대소설에서 만난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풍부한 어감과 우리말들의 구수한 향연을 읽다보면 포만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글을 읽다보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아마도 작가의 우리글에 대한 열정과 정성, 그리고 단어들 자체가 주는 어떤 토속적인 끈적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난 1월에 블로그에 쓴 글인데 글을 실수로 지웠습니다 (ㅡㅡ;;) 함께 달린 댓글도 지워졌네요..에구..아까워라ㅜ.ㅜ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