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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5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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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포스터 너무 마음에 든다. 아. 히스 레저, 너무 꽃같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하셨구려. 그대와 똑닮은 붕어빵 딸내미를 남겨두고 당신 인생 최고의 연기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멀리 떠나셨구려. 다크 나이트에서 보이는 건 당신이 연기한 조커의 비열하면서도 조롱하는 듯한 세상에 대한 놀림과 당신의 입맛 쩝쩝다시는 공포스러운 대사뿐. 조커 앞에서 배트맨의 뽀대나는 람보르기니도 엔진소리 시끄럽게 울리는 배트맨의 배트카와 그 모든 장난감들은 그저 돈지랄의 상징으로만 보일 뿐이었소.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끔찍한 惡 자체로 느껴졌던 건 인간의 내면에서 악을 끄집어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은 성선설을 믿는가 성악설을 믿는가. 사실 인간의 내면에는 이 두가지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공자 가라사대시대에 내뱉은 이 학설이 오늘날에도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인간이 내면의 바람대로 이기적이게만 살아왔다면 제도와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거고 그렇다고 선하기만 하다면 경쟁없는 사회 속에서 발전과 진보는 도태되어 오늘날에도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만 바라보면서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는 원시인처럼 살고 있지 않았을까.

인간의 내면에서 그 흉칙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악을 건드릴 수 있는 조커의 능력과 메시지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우리 안에, 아니 내 안에도 분명 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밖으로 토해냈을 때 그것은 욕심이 될 수 있고 질투와 시기가 될 수 있고 배신이 될 수 있다. 특별히 <다크 나이트>에서 보여지는 인간세상에 대한 허무주의와 일종의 포기가 조금은 슬프게 느껴진다. 배트맨을 그냥 브루스 웨인으로 살아가게 만들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인 듯하여.

슈퍼히어로물이 이렇게 철학적이고 은유적일 수 있다니. 메멘토를 봤을 때 각본과 연출을 맡은 놀란씨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렇게 또 묵직한 주제로 배트맨과 관객들을 놀려먹는군. 조커를 악 그자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을 못 느끼겠지만 배트맨을 善의 편에 서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배트맨이 <다크 나이트>에서는 조금 속물처럼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가 억만장자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배트맨의 장난감들에 대한 물적투자와 여유있는 낮동안의 삶이 조금은 사치로 비춰지니 말이다. 단지 돈이 많아서 그를 善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없다고 하면 비난받을 일일까. 오직 여유있는 자만이 행할 수 있는 브루스 웨인만의 임기응변, 평범한 범인은 그저 공상하며 앉아있을 수밖에. 사실 배트맨의 정체.. 잘 모르겠다.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겠지만...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