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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0 내 친구 * 에마뉘엘 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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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 빅토르 바통를 잘 이해해주고 싶었다. 친구가 필요하다고 속살거리는 그의 솔직한 외침에 진지하게 호응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바통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전쟁에 참전한 후 부상을 입고 제대한 바통은 상이군인 연금을 받으며 곰팡내 퀴퀴한 좁은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친구를 찾고 있는 중이다. 미인에게는 애인이 되어주고 싶었고 홀로 와인을 홀짝거리는 남자에게는 술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표지에 나와있는 유독 비례에 맞지 않는 큰 눈은 친구를 희구하는 바통의 눈이 아닐런지.


꽤 솔직한 친구다. 관계를 이어나가는 건 서툴지만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는 된 친구다. 문제는 그와 만났던 사람들이 바통을 그림자 취급해서 문제였지. 다소 조급하게 서둘렀던 바통에게도 흐트러진 만남들에 대한 조금의 책임은 있다. 상대에게 고개를 너무 숙였다. 그렇게 어리숙하고 만만하게 보이면 등처먹기 딱 좋지. 조금 도도할 필요가 있다. 외롭다고 칭얼대는 남자에게 사심없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내가 보폭을 넓게 벌릴수록 나와 스쳐가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하지만 그들과 모두 반가운 인사를 하고 따스한 말을 건넬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는 그저 아는 사람 정도에 머무른다. 어떤 이들은 이제는 추억이 되고 있다. 좋은 사람이지만 나의 현재를 공유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담을 쌓은 사람들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도 되는 걸까? 물론, 아주 가끔은 생각한다. 많은 이들에게 행복해라라는 말을 실어보내야 하는 어느 추운 겨울날의 크리스마스 이브날 쯤. 좁디 좁은 인간관계가 영양가 없이 그저 많기만한 인간관계 보다는 더 편하지만, 아주 가끔 나의 친구들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 바쁠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나는 외로움과도 친하게 지내야 한다. 


가끔, 외로움에 내 마음의 전부를 내어줄 때가 있다. 그러면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낸다. 전에 온 문자를 곱씹어보고 전화번호부를 넘겨가며 전화를 받아줄 상대를 찾는다. 그리고는 통화 버튼을 만지작 거리며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나의 우울함이 상대에게 전달될까 미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는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혼자 떠난 여행 길에서 나는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었다. 그래야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객선 안의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을 보며 가족들을 생각했다. 어스름한 새벽녘에 일출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갈 때는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 올라가고 있는 낯선 사람들의 나지막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혼자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혼자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빅토르 바통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대가 느끼는 외로움이 얼마나 공허하고 쓸쓸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건지.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