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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4 남쪽으로 튀어! * 오쿠다 히데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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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집에 도착한 우에하라 지로는 오늘도 국민연금을 내라고 찾아온 공무원과 말씨름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괜히 창피하면서도 말싸움에 지고 돌아가는 공무원이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지로의 아버지는 한때 유명한 혁명분파의 리더였으며 지금은 전설만을 남기고 은퇴했다. 물론 지로도 아버지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와도 혁명운동을 하다 만났으며 지금은 누나 요코와 지로, 그리고 여동생 모모코와 다섯식구가 살고 있다. 지로는 누구보다 평범한 초등학생이고 싶지만 아버지는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다. 도대체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만한 지로다. 그런 지로네 집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아버지는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족들을 남쪽 섬으로 데려가려 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현실을 꼬집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의 현재를 다룬 소설들을 읽게 될 때 느끼는 거지만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거다. 국민연금 내기를 못미더워하고 나름의 이론으로 제도를 반박하는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낯설지가 않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시니깐.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의 돌팔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가정을 꾸린 것 같다.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이고 쉽게 말릴 수가 없다라는 것. 게다가 덩치만 컸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평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 어쩌면 우에하라 이치로는 이라부의 분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또한 초등학교 6학년인 우에하라 지로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자신은 모르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운동권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다니 지로는 믿을 수가 없단다. 집 앞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과거에는 잔다르크라는 별명으로 통한 여성혁명가였다고 하니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얼떨결에 가출도 하게 되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외가친척도 만나게 되고 불량한 상급생에게 시달리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도움이 안된다는 것, 반대로 아이들인 자신 또한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니 말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현실의 무거운 주제를 상당히 유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통쾌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내가 나중에 독립을 해서 내 이름으로 날라오는 고지서가 쌓이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정말 한계가 왔을 때 나도 어디론가 튀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쯤에는 이쯤이야 문제없어라고 말할 만큼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글쎄. 그렇게 될까? 미련없이 떠나고 싶을 만큼 궁지에 몰린다면 너무 비참한 미래일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사회에서 은퇴할 나이가 됐을 때 과감하게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가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바람은 있다. 꼭 은퇴할 나이가 아니어도 좀 더 부지런히 벌어서 그 시기를 앞당겨도 상관이 없을 지도.^^a

그렇지만 나는 젊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 탈출을 꿈꾸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 떠나기에는 누리지 못한 게 많기에 그저 피식 웃음으로 때웠다. 좀 더 열심히 살아보고 해도해도 안 되면 그땐 나도 미련 없이 떠날 거다. 단, 그 전에 어디로 갈지, 가서 노숙은 하지 말아야 되니깐 차근차근 갈 곳이라도 미리 봐두자. 기왕이면 지로네 처럼 인정많은 이웃들이 살고 있는 평화롭고 시원한 바닷가가 좋겠는데^^;

별 다섯개, 아니 그 이상을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재밌는 책이었다. 지금이 딱 이 소설을 읽을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장마가 지나가고 이제 무더위가 시작이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상상하니 너무 달콤하고 시원한게 아닌가. 당장 휴가를 가지 못한다면 시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틀어놓고 소설에 빠져보자. 푸른 바다 덕분에 잠시나마 그대에게 시원함과 자유를 안겨줄 터이니.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