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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03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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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야~안녕^^
나야 나~ 아! 그러고 보니 너는 나를 잘 모르겠구나. 음.. 내 소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난 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있고 또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어리다. 참 애매한 성장의 단계를 걷고 있는 중이야. 너가 한 십년만 지나면 나랑 비슷한 입장이 될 나이가 될거야. 이제 좀 이해가 가지? 어! 아직 모르겠다고. 바보~-0-

너라면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띄운다. 너의 이야기를 읽고 내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 하나 떠올랐거든. 내가 처음으로 우리 아빠한테 대들었던 적이 기억나. 사실 난 아빠하고 그렇게 다정한 부녀사이는 아니거든. 그래도 지금이 나은 편이야. 예전에는 아빠랑 별로 말도 안 했어. 할 말이 없었거든. 아빠는 가족들보다는 친구들을 더 사랑하고 가족들은 아빠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물론 난 너무 어려서 잘 몰랐지. 그때가... 내가 열살쯤 됐을 때였나? 우리 엄마랑 아빠가 심하게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어.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온 아빠랑 엄마가 거실에서 막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 술에 취한 아빠 목소리. 그리고 울고 있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지. 나는 내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잠들 수가 없는 거야. 엄마랑 아빠가 싸웠던 이유는 지금 잘 생각이 안나. 그렇지만 그때는 아빠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빠가 큰소리를 치며 엄마를 울릴 상황이 아닌데 아빠가 너무 뻔뻔했어. 내가 막 화가 나는 거야. 왜 아빠는 엄마를 울리는 걸까? 엄마는 아무 잘못 안 했는데 왜 엄마는 울어야만 하고 아빠는 잘한 것도 없으면서 왜 큰소리를 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는 이날 처음으로 우리 아빠한테 대들었어. 열살짜리 아이가 잠 안자고 갑자기 방문 열고 나와서 아빠를 비난했어. 아빠는 외할머니 오시면 엄마한테 아무말도 못하다가 외할머니 안 계시니깐 엄마한테 큰소리 친다고. 아빠는 늘 그런다고. 사실 지금 잘 기억은 안 나. 다음 상황만 기억이 날 뿐. 그때 아빠는 밖으로 나가셨어. 내 얘기만 묵묵히 듣다가. 내가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엄마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고. 엄마가 막 울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아빠 저러다가 큰일 나겠다. 얼른 쫓아가 봐 라고 나한테 그러는 거야. 나도 정말 겁이 났거든. 그래서 막 아빠를 쫓아갔는데 아빠가 집에 들어가자는 내 손을 막 뿌리쳤어. 내가 막 울면서 매달렸는데도. 아빠가 주황빛 전등 아래를 막 걸어갔던 기억이 나. 나는 울다가 지쳐서 집에 들어왔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잠들었어. 사실 울어서도 그렇고 졸린 것도 있었고 많이 피곤했거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안방문을 열어보는 거였어. 문을 열어보니깐 아빠가 자고 있는 거야. 그 모습보니깐 마음이 편해지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겨울이었어. 어떻게 기억을 하고 있냐면 거실 커튼을 걷어 보니깐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집안은 되게 아늑하고 따뜻했던 게 기억이 나. 그래서 나에게 이 추억은 슬프면서도 포근한 추억이야. 내가 처음으로 아빠한테 대들었던 날, 그리고 아빠가 되게 소중하게 생각된 날이었니까.

동구야 너는 내 마음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니?

보면서 자꾸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게 너무 집중해서 읽었나보다. 동구 녀석! 넌 감동이었어. 너를 알게 돼서 기쁘다. 니 얘기 사람들한테 많이 해주고 싶다.

"한동구 알아요? 그 녀석 괜찮은 놈이던데요. 꽤 멋졌어요."

"걔 나이가 몇 살 인데요?"

"초등학교 4학년이요."

"ㅡㅡ^"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극복하는 지, 그리고 그 마음에 누가 파스를 붙여주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소중한 걸 잃어본 적도 없고 동구처럼 정이 많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 것이고 우리는 나름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한다. 시간이 지나서 상처가 스스로 아물 때가 있고, 잠시 묻어둘 수도 있다. 나는 저 두가지에 다 해당된다. 사실 내가 그 많은 방법을 알면 더 많은 종류를 갖다 붙이겠지만 내가 아는 방법이라는 건 저 두가지가 전부이기에 딱 두가지만 언급한다. 또 다른 방법이 있으면 누군가가 귀뜸해 주는 거 대환영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꼈지만 그 중에 몇가지를 뽑자면 희생과 사랑이었다. 어린 동구는 가족들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기 위해, 그리고 본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헤어짐을 감수하고서라도 희망을 위해 애쓰는 동구는 기특한 아이다. 보물같은 아이였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고 그런 동구를 보며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박영은 선생님이 동구를 이뻐하고 사랑해주는 것처럼 나도 동구에게 비슷한 마음을 느꼈다.

책에는 아이의 눈을 통해 본 1970년대 후반의 서울, 대한민국.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나도 동구만큼 그 시대를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겪어보지 못했고 국사책이나 가끔 TV를 통해 본 게 전부다. 동구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마음 착한 동구가 상처를 받고 마음 아픈 일을 당하는 건 부당하다. 동구는 그런 아픔을 겪기에는 너무 순수하고 착한 아이다. 하지만 그런 동구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아름다운 정원 밖으로 나갈 대문 문을 과감하게 연다. 소중한 것들을 잃은 슬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다림은 정원에 남겨 두고 말이다. 새로운 출발! 더 멋진 정원을 가꾸기 위함이겠지. 나는 그런 동구의 모습을 보며 멋진 성장을 기대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동구는,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었고 동구 자체가 상처받은 이들에게 희망이 돼버렸다. 말썽꾸러기였지만 아직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보석같은 아이였다. 때로는 시선을 달리해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참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그게 때묻지 않고 순수한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재밌을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여러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고 작가의 문장도 좋았다. 책에 푹 빠져들어서 읽게 된다면 나처럼 눈시울이 조금(사실 많이) 붉어질 수도 있겠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