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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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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삼켜 넘겨보려 했지만 내 머릿 속은 뜸을 들이면서 문을 열어줬다. 눈으로 읽어나간 활자들은 어느새 닫혀 있는 생각의 문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어쩔줄 몰라하며 헤매고 있었다. 차분히 읽어나가야지 마음 먹길 몇차례. 어느새 페이지는 책의 막장에 이르고 있었다. 띄엄띄엄 읽어나간 활자들은 서슬퍼런 의문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 앞에 다다랐다.

역사에 대해, 어둠에 대해, 내 몸에 흉터로 남은 나의 지난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진실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이 던져졌다. 준비 안 된 질문들과 마주하며 어찌나 마음이 먹먹해지던지. 평소 생각없이 사는 듯하여 내가 많이 아둔해 보인 시간이었다.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와 『뿌넝숴』는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에 남는 메시지를 남겼다. 문득, 인간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밝음'을 견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웃어야 하고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환한 낯 동안의 피곤했던 꾸밈은 어둠이 돌아오는 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짐짓 딴청을 부릴 수 있다. 나 자신에게 특별히 솔직해질 수 있는 그 '서늘한 밤'을 우린 기다린다.

무척 인간적이고 솔직한 내용의 이야기들이었다. 특별히 '어둠'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준 것에 감사하다. 삶은 참 복잡하다. 내 안에 쌓인 모든 걸 겉으로 내어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내 인생, 내 안에서 벌어진 일, 나는 타인이 될 수 없기에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감당해야만 하는 일들, 내 마음에 아로새겨진 모든 것들을 다른 이에게 보여줄 수 없다. 그중에는 '온전한' 나의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부는 분명 타인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꺼내놓을 수 없는 나의 '비망록'에 대해 그것의 존재함에 대해 이야기해준 책이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