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06 꾿빠이 이상 * 김연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된 <꾿빠이 이상>은 이상(李箱)의 사후에 뜬 '데드마스크'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히는 한 기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실존의 영역을 넘어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선 '이상'에 대해서 더이상 진짜냐 가짜냐의 이분법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이제 우리의 능력 밖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 이상이 어떻게서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었는지 단단한 논리의 과정이 전개된다. 이상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봤던 이상의 지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비극적인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이상과의 추억이 있는 많은 문인들이 납북되거나 월북했고 전쟁통에 목숨을 잃거나 해방 후에 숙청당했다. 엇갈리는 이상의 지인들의 증언들 덕분에 결국 '정황'상의 논리로 가장 근접한 사실을 가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데드마스크'는 얼굴 하얀 아이 김해경이 써야만 했던 '이상'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기자가 예로들었던 파스칼의 확률의 법칙이 말하는 것처럼 유한의 값에 무한의 가치를 곱하면 무한의 기대값이 나온다. 김해경은 자신의 삶을 판돈으로 걸고 불멸의 이상을 완성하려 했다. 기자는 김해경이 작품이 아닌 삶을 도박판에 던졌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잃어버린 꽃』에서 이상의 삶을 흉내내고자 했던 서혁민의 수기가 나온다. '김해경'에게서 분리된 '이상'. 그리고 김해경이 어떻게 '이상'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 김해경의 삶의 궤적을 좇는다. '내출혈'이라 했다. 김해경 또는 이상은 자기 안에서 둘 중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였고 결국 김해경이 죽고 이상이 남은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 『새』에 등장하는 '피터 주'는 김해경 또는 이상이 느꼈던 정체성의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김해경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김해경은 선택을 했고 스스로 죽음으로써 이상에게 그의 삶을 내어주었다. '데드마스크'는 이상이었으며 그것을 쓰고 김해경은 죽은 것이다. 김해경이 스스로 만든 '이상'은 불멸로 남았으며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 데드마스크니 오감도 제 16호의 존재여부는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모든 '비밀'을 안고 김해경은 죽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꾿빠이 이상>은 이상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상으로 살았던 '김해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김해경이 완성하고자 했던 '이상'이라는 삶, 그런 '이상'의 삶을 좇았던 서혁민, '이상'을 택한 인간 김해경에 대한 연민.

이 소설은 결코 쉽게 써내려 간 소설이 아니다. 단단한 논리를 앞세워 치밀한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분명 엄청난 자료조사와 천재작가 '이상'에 대한 연구를 했을 것이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작품들까지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읽어나갔을 때는 '복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작가 역시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고였다. 이상이 쓴 작품들을 이야기에 적절하게 인용할 수 있었던 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한번만 더 읽고 싶다. 그 후에 이 책과 이별할 것이다. 책은 '꾿빠이'라 말하지만 어쩐지 나는 받아들이기가 싫다. 못들은 척 하고 다시 한번!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