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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6 우리학교 (Our School)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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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해서 아주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우리의 무관심과 정부의 안일한 태도로 방치된 역사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우토로 문제가 여론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삶의 터전에서 내쫓길 재일동포들이 한국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은 되게 관조적이서 때로는 무관심해 보일 때도 있다. 명확한 입장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인터뷰를 하는 정부관료의 말을 들어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이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 조선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일본은 패망 후 일본 내에 있던 조선인들에게 식민지 이전의 조선 국적을 부여했다. 1948년 남한과 북한은 각각의 정부를 수립한다. 때문에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간 동포와 그 후손들은 우리나라 정부에게 재외동포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단지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또 하나 부끄러운 역사적인 사실이 있다.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할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정부에 재일동포의 교육을 일임했다. 쉽게 말해 일본에 있는 사람들이니 일본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먹고 살기 바빴던 당시에 맺은 저 조약의 낡고 비합리적인 정신이 지금까지 정부 관료들에게 내려오고 있다는 거다. 재일동포 3,4세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또래의 일본 친구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왜 나는 이름이 두개인 것인가. 나의 뿌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자연스러운 의문이 아닌가. 왜 자신들은 할아버지의 고향 한국에 쉽게 갈 수 없는지 그 배경을 알고 싶어한다.

일본에서도 온전하게 일본인으로 섞이지 못하고 한국에서도 조금 다른 억양 때문에 끊임없이 국적과 출신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일본으로 귀화라도 했다고 하면 배신자처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 재일동포들에게는 무거운 짐일것이다. 재일동포가 한국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반응일 것이다. 그래서 이맘 때쯤 보여지는 자이니치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들이 어렵게 꺼내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국적과 무국적인 조선적을 갖고 산다는 게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취직도 자유롭지 못하고 세금도 내면서 정작 선거같은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데도 제약을 받게 될 텐데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다. 재일동포들은 특별한 결심이 없다면 평생을 일본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으로 귀화하는 재일동포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저들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들의 권리이다.

남한 출신이 대다수이지만, 친북한계 재일동포들을 조총련이라고 부른다. 일본에는 조총련계 학교가 많다. 북한의 재정적인 지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이 재일동포들의 교육에 그 어떤 신경도 쓰지 않을 때 북한은 재일동포들에게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남한과 북한의 대결 구도로 가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할말이 없다. 비록 각종학교로 분류돼 있어서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동포들의 힘으로 어렵게 민족교육을 꾸려가고 있는 그들을 보면 뿌리를 놓지 않으려는 의지가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그러한 재일동포들의 현실을 3,4세 재일동포 학생들의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우리학교'는 그래서 소중한 경험이었고 재일동포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리고 뭉클한 감동이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뜨거운 눈물이 나왔는데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어서 특별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눈물이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