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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4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2)

흔적을 남기지 않을 뿐이지 여기저기 많은 사이트들을 찾아간다. 늘 정해진 일상대로 네이버카페를 둘러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라는 요지의 감상을 읽게 됐다. 책 제목이 '그로테스크' 정확한 의미는 알지못하지만 어딘가에서 들어본 말이다. 괴상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 않은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애초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책이 아니었음에도 갑작스럽게 읽게 됐다.

이 책에서 제일 주된 목소리를 내는 '나'는 정말 독특한 성품의 인간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 유리코는 백인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다. 하지만 '나'는 혼혈아라기 보다는 평범한 동양인에 더 가까운 외모이다. 반면에 동생인 유리코는 초울트라 퍼펙트한 미모의 소유자다. 늘 유리코의 언니라고만 불리우고 유리코의 짙은 그늘아래에서 살아온 '나'는 이 책에서 유리코와 여고동창생인 가즈에의 수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동창인 가즈에는 철저한 노력파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지만 결과는 그녀에게 조롱으로 돌아온다. 어딜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경질적인 성격, 그런 성격은 '나'와 닮았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몇 년전 일본에서는 버젓한 직장과 명문대를 졸업한 한 젊은여성이 매춘을 하다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책의 오바스러운 문구를 추가하자면 전일본을 혼란과 충격속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쓰여진 소설이다.

'나'의 얘기를 읽다보면 뭐.. 이런 인간이 있나싶다. 그녀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컴플렉스 덩어리다. 다른사람 눈엔 다 보이는데 당사자인 본인만 모르고 있다. 가즈에 또한 마찬가지. 그녀 주위엔 사람이 없다. 그녀가 갖은 건 깡이 아니라 오만과 독선이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비웃어 줄 수가 없다. 너무 허무맹랑하고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인간이 아니라 이들에게서는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녀들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갖고 있는 그런 어두운 면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있을 단점들이었다. 다만 그러한 면이 남들보다는 정도가 심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보였을 뿐이다. 그녀들이 가진 惡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惡이 아니었다. 바로 그녀 자신들, '나'와 유리코, 가즈에 이 셋을 외롭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 소설은 결코 잔인한 호러가 아니다. 절대 잔인하지 않다. 하지만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그녀들에게서 아주 조금이지만 나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보고싶지 않은 내모습이 거울에 비춰졌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과 비슷한 기분이 느껴져서 그런 게 아닐까?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