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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6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 (4)

종교가 삶을 강제하지 않고, 보기에도 정도가 심한 맹목성만 띠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을 알려주는 수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그들이 믿는 신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인지 말해주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그 목소리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힌두교가 곧 인도요, 인도가 곧 힌두교라는 말은 물론 없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게 말해도 이견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힌두교는 다신교로서 그 수만 해도 3억3000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인도에는 힌두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무슬림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사실 인도를 다녀오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정보다 늘 더 있게 되는 곳이 그곳이란다. 나에게 인도 얘기를 들려주신 분은 갠지스 강물이 흐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에 묵으셨는데 그곳의 매력에 푹 빠지셨던지 예정보다 더 오래오래 머무셨다고. 이방인의 눈에는 결코 깨끗한 강물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갠지스강은 인도인에게는 여신으로서 떠받들어지며 '어머니의 강'이라고 불린다. 배를 띄워 향을 피우고, 지은 죄를 씻기 위해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다. 죽은 사람을 신께 가까이 보내기 위해서 화장터에서 재를 태워 강물에 뿌리고 아이에게는 축복과 안녕을 빌어주기 위해 갠지스 강에 몸을 씻긴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닐까. 

저자는 그런 인도인들의 신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을 보고, 힌두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 고전인 '우파니샤드'를 곳곳에 인용해 이해를 구한다. 세속의 물질적인 것들에 얽매이며 의미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눈에 그들의 삶은 곤궁하고 남루해 보일지라도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을 보며 진정으로 가난하고 불행한 것은 마음의 가난이 아닐까 생각됐다. 신은 결코 사원을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들이 노래를 부를 때, 신께 기도할 때, 수행을 할 때, 요가를 하는 중에도 신은 그들 곁에 있으며 진심으로 그것을 믿는 인도인들의 삶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해탈의 경지였다. 신의 지혜를 닮아가기 위해 일상 속에서 가르침을 실천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굳게 믿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생각의 절반 이상이 회의적인 나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삶의 모습인 것만 같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