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흘 전 아내를 목 졸라 죽였습니다.
그러나 꼭 1년만 더 살고 싶습니다."

이 책은 서점의 추리소설 코너에 있었다. 그렇지만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많이 다른 소설이었다. 책 표지를 유심히 보면 한 남자가 기찻길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뒷모습은 너무 쓸쓸하다. 황량하고 스산해보이는 겉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가지 소이치로 경감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목졸라 죽였다. 그리고 경찰에 자수한다. 그가 살인을 하고 자수하기까지 이틀동안 무얼했는지, 왜 그는 이틀 뒤에 자수를 했는지.. 사건은 그의 사라진 이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불쌍한 가지 경감, 그는 정말 불쌍한 남자다. 비록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죄를 지은 사람이지만 나는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론 가지 경감이다. 그렇지만 소제목이 6개로 각각의 소제목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다르다. 경찰, 검사, 기자, 변호사,판사,교도관, 주인공은 다르지만 그들은 가지 경감이라는 끈으로 엮여있다. 그들은 각자의 직업에 맞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다.

각 소제목의 주인공들은 가지 경감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얘기를 빌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었던 점은 주인공의 다양함으로 각기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소설을 읽어 나감에 따라서 시각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이는 그를 동정하고 또 어떤이는 그를 비난한다. 어떤이는 이 사건을 자신의 사욕으로 이용하려고도 한다. 가장 궁금한 가지의 속마음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를 위해서 자신의 손을 더럽혔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살인자 가지 경감을 동정할 수 밖에 없었다.

Posted by 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