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cribble 2010/01/09 17:52

사실 조금 늑장을 부리고 싶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도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엄마가 있는 그곳은 눈이 많이 왔고 녹지도 않았다.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그곳에는 아빠와 나의 초라한 발자국만 남겨질 뿐이었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힘겹게 밟아가며 엄마가 있는 곳에 닿았다. 양지바른 곳에 묻힌 엄마의 묘가 예쁘다. 나중에 그곳에는 나와 동생이 낳은 귀여운 아이들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며 신나게 뛰놀 수 있는 넓직한 놀이터가 될 것 같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엄마한테 말도 못 건넸다. 동생이 보내준 편지는 엄마의 묘 앞에서 훨훨 태워버렸다. 뒤늦게 엄마한테 읽어줄 걸 하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다 늦어서 훈련소에 있는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꾸 훌쩍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면서도 참 정 없고 멋 없게 통화를 했다. 그저 울지말라고... 사실 녀석이 느끼는 아픔과 서러움 그리고 그 미안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도 똑같이 느끼고 있으니까. 내 마음이 동생의 마음일 테니까. 행군할 때 엄마생각하면서 울면 티가 안 나서 좋단다. 동생은 편지에 그렇게 써서 보냈다. 새삼 나의 어리고 마음 약한 동생이 그 나이 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힘들게 견뎌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견하고 안 쓰러운 부분이다. 누나로서 그리고 같은 슬픔을 공유하는 유일한 피붙이로서 동생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여전히 싸우고 마음에도 없는 정없는 말도 서슴치 않고 하지만 그런 모습이 왜 그렇게 한심하고 어리석게 여겨지는지. 서로 많이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야 되는데. 오늘도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에 깊게 새긴다. 오늘따라 간절히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젠 다 괜찮다"는 한마디라도 들려줬으면,, 좋겠는데,,